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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박수: 무의식의 매개자

[무의식과 트렌드] ‘젠더 플루이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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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 기자
기사입력 2019-03-16

우리가 주목한 인물 이희문.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오방신 이전에도 퓨전음악 프로그램이나 국악 프로그램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습니다. 실은 이희문은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수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중앙선데이 인터뷰 <하이힐 신고 마돈나 꿈꾼 ‘상남자’-“둔갑하면 다른 자아가 생겨요”>(https://mnews.joins.com/article/23393737#home)에도 경기민요 전수자로 펼쳤던 활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공연을 준비중인 이희문     © 이희문 페이스북

 

“원래 제 레퍼토리 중에 현대판 굿이 있거든요. 민요가 무속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박수무당의 중성적 이미지를 차용해본 거죠. 씽씽도 오방신도 다 그런 컨셉트에요.”

 

“2007년 안 선생님의 ‘프린세스 바리’ 주역으로 발탁돼 여성도 남성도 아닌 괴생명체로 10년 동안 유럽 장기투어를 다녔어요. 소리를 계속해야 되나 기로에 서 있던 차에, 눈치 안 보고 뭐든지 할 수 있는 피신처를 얻었죠. 경계 밖으로 나가서도 소리 활동을 할 수 있단 걸 깨닫고 우물을 벗어난 거죠.” 

 

실제로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첫 회에서 이희문은 방울을 울리며 복을 비는 등 박수무당을 연상케하는 퍼포먼스로 등장합니다.

 

‘박수’는 남자 무당을 뜻하는 말인데, 이들은 여성적인 모습으로 굿을 진행했습니다. 일부러 여장을 하고 목소리도 여성적인 음성을 냈습니다.

 

이는 외형뿐만이 아닙니다.

무대 위의 이희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자신 안의 그림자를 자아와 화해시키는 장소를 무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소리를 여성스러운 모습을 통해 전개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니마를 해방시켜 자아의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박수와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굿을 하는 무당의 모습      © 위키피디아

 

사전적 의미로 무당은 “귀신을 받들어 길흉(吉凶)을 점치고 굿을 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무당을 의미하는 ‘巫(무)’자의 어원이 특이한데요,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따르면 “춤을 통하여 신을 접하게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공(工)자의 양 측에 두 사람이 춤을 추는 형상’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무당은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매개자’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습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이승과 저승, 자연과 인간 등 연결될 수 없는 양쪽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에게 받은 계시를 인간에게 전달하기도 했지요. 인간의 바람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전염병이 돌면, 신이 노했다고 생각해 액을 쫓고 신을 달래기 위해 굿을 했던 것입니다. 

 

또 무당은 액운을 풀어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죽은 자의 영혼이 무당의 몸에 빙의되고, 자신이 이생에 풀지 못한 한을 인간들에게 드러내죠. ‘페르소나’에 억압된 감정인 한, 원망, 분노 등의 ‘그림자’를 죽은 자의 목소리라는 명분으로 해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당은 자기 자신이 아닌 죽은 자를 대변하는 또 다른 가면-‘페르소나’를 발동시킵니다.

 

어찌보면 인류의 조상들은 융의 연구 이전에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라는 무의식의 발현을 깊이있게 깨닫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 많은 사람들이 모인 배 위에서 흥겹게 배연신 굿을 하는 만신 김금화의 모습    © 영화 <만신> 스틸

 

이밖에 굿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을 즐겁게 하는 ‘오신 행위(娛神行爲)’는 주술적 신성성 외에 오락성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행위가 흥미있는 유희로 전개되기 때문에 참여자가 신명나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무당은 공연과 퍼포먼스를 이끌어가는 배우이자 연예인의 역할을 했습니다. KBS가 프로그램 제목에 넣은 ‘오방간다’는 표현은 이런 복합적인 의미와 느낌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셈이죠. 

 


 

[무의식과 트렌드] ‘젠더 플루이드’ 시리즈

① 또라이가 오방가는 시대 - 새로운 문화아이콘 ‘오방신 이희문’

② 무의식에서 행동으로 표출된 ‘남성 속 여성성’

③ 박수: 무의식의 매개자

④ 드래그퀸의 드래그퀸에 의한 드래그퀸을 위한 쇼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⑤ 서브컬쳐에서 대중문화로 – “젠더 플루이드 트렌드” 

⑥ 외모를 관리하는 남성들 - “그루밍족 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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