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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OB vs YB (2)] '산동교자' 그리고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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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현석
기사입력 2019-03-12

을지로라는 이름에는 재미난 유래가 있다. 을지문덕 장군의 ‘을지’를 따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많은 장군 중 하필 을지문덕 장군일까?

 

을지로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중국 화교들이 많이 살았다. 중국인들의 기운을 억제하고자 해방 후 정부에서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따서 을지로로 개명하였다. 이와 비슷한 명명법으로 같은 시기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 충무공 이순신의 호를 따와 그 기운을 누르고자 했던 충무로가 있다.

 

그래서 을지로, 특히 서울중앙우체국 주변에는 중식집이 많이 모여 있다. 대부분 화교들이 운영하는 화상인데 점심시간에는 짜장면 한 그릇 하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덴뿌라에 맥주 한 잔 걸치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이번 편에서는 전통을 자랑하는 을지로 중식집 산동교자, 그리고 감성을 장착한 중식집 줄리아 두 군데를 소개해볼까 한다.

 

¶ 을지로 OB - 산동교자

 

서울중앙우체국 쪽을 걷다보면 중식집이 대여섯 개가 옹기종기 붙어있는 거리가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작고 허름한, 가게 이름도 한문으로 적혀있는 산동교자다.

 

그 곳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게는 좁고 다락방같은 좁은 2층 공간은 올라가는 것도 힘든다.  자리를 잡더라도 허리를 펴고 일어날 수 없는 곳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을지로 산동교자의 시그니처 메뉴는 덴뿌라와 오향장육이다. 덴뿌라는 ‘튀김’의 일본어로 이 근방에서는 고기 튀김을 ‘덴뿌라’라고 한다. 양념을 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전분에 튀긴 음식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엔 소스 없는 탕수육이다.

 

▲ 덴뿌라는 소금과 후추에 살짝 찍는 정도로 먹어야 돼지고기 튀김 맛을 온전히 느껴야 한다     ©칼럼니스트 조현석

 

덴뿌라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간장이나 여타 양념 없이 같이 나오는 소금과 후추만 살짝 찍어 돼지고기 튀김 맛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후후 불어 한 김 식힌 후,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튀김옷이 촉각을 자극한다. 뒤이어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속에서 육즙이 살짝 흘러나온다. 깔끔한 마무리는 후추향이 책임진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앞에 놓인 맥주잔이 비워지는건 자연스러운 수순.

 

이번엔 오향장육이다. 오향장육은 회향, 계피, 산초, 진피, 정향 다섯 가지 향신료를 넣고 끓인 간장에 돼지고기를 졸인 음식으로 차갑게 먹는 요리다. 쫄깃쫄깃한 고기를 씹다보면 잘 어우러진 단맛과 짠맛이 느껴진다. 고기 위에 잔뜩 쌓인 마늘과 대파는 오향과 함께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옆에는 피단도 같이 나오는데 또 다른 쫄깃한 식감으로 입안에 재미를 더한다. 덴뿌라가 맥주잔을 절로 비우게 하는 맛이라면 오향장육은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치킨에 맥주로는 뭔가 식상하다면, 산동교자에서 덴뿌라에 맥주 한 잔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을지로 YB - 줄리아

 

감성 식당이라고 하면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카페, 혹은 와인바를 떠올린다. 그러나 감성은 어디에나 있는 법.

 

가게 입구만 보면 서점인지 카페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아 잠시 멈칫하게 된다. 심지어 가게 이름도 줄리아라니? 하지만 ‘줄리아(朱莉婭), Chinese Bistro’라는 간판이 있는 입구를 지나 미닫이문을 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여느 중식당과는 다른 감각적인 내부는 어두침침하고 조용한 바깥의 인쇄골목과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의 기분이 이랬을까?

 

마라탕과 목화솜탕수육이 이곳의 인기 메뉴인 듯 해 2가지를 모두 시켜보았다.

 

줄리아 마라탕의 첫 맛, 국물 한술에 기침이 나올 정도로 화끈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캡사이신이 범벅된 불쾌한 매운맛이 아닌 기분 좋고 깊이 있는 매운 맛이다. 정통중국식 마라탕처럼 고수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산초의 맛이 강하지도 않지만, 은은한 산초의 향미가 입안을 얼얼하게 마비시킨다. 너무 맵다 싶을 때쯤 차돌박이 한 점을 같이 먹으면 지방의 고소함이 매운 맛을 중화시켜준다. 계속해서 수저를 뜨게 하는 매력이 있다.

 

▲ 기분 좋은 매운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마라탕     © 칼럼니스트 조현석

 

목화솜 탕수육은 동글동글하게 튀긴 돼지고기가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 희고 풍성한, 말그대로 목화솜이다. 탕수육의 겉은 잘 튀겨져 바삭하고 안의 안심은 촉촉하다. 함께 나오는 소스는 적당히 달고 시다. 사실 탕수육의 이름은 달고 신맛이 어우러진 돼지고기라는 뜻의 중국어 당초육(糖醋肉)에서 유래했는데, 그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소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고기튀김의 느끼한 맛을 느낄 새가 전혀 없다.

 

목화솜 탕수육과 마라탕은 아주 좋은 궁합이다. 매운 맛의 마라탕을 먹다가 기름지고 달고 새콤한 탕수육을 먹다보면 칭따오 너댓 병은 너끈할 듯하다.

 

▲ 동글동글하게 튀긴 목화솜 탕수육     ©칼럼니스트 조현석

 

황금정에서 을지로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수많은 중국 화교들이 살고 있는 이곳. 다행히도 수많은 중국 음식점은 아직 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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