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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OB vs YB (5)] ‘라칸티나’ 그리고 ‘타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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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현석
기사입력 2019-04-09

을지로의 매력과 맛집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바로 을지로 지하상가다. 서울 도심 6개 지하상가 중 을지로 지하상가는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한다. 시청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약 3.5km에 이른다. 그래서 시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지하철로 4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지하로만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을지로 지하상가는 여러 가지 목적에서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방공호의 역할이다. 유동인구가 많으니 지하상가를 만들어 도심의 유동인구와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전쟁이나 폭격, 혹은 지진 시에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관통하는, 이른바 을지로 순환선. 지금에 와서는 전과 같은 상가의 위용은 잃었지만 그래도 악천후 때 을지로를 오고가는 유용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그만큼 지하상가, 혹은 그와 연결된 연결된 맛집 역시 많다. 그 중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양식당 라칸티나, 그리고 일식집 타마고를 소개한다.

 

¶ OB - 라칸티나

 

라칸티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을지로 입구 1-1번 출구 근처 삼성빌딩에 있으니 엄밀히 말해 을지로 지하상가는 아니지만 출구에서 아주 가까우니 연결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1966년부터 이어지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품들이 눈길을 먼저 잡는다. 그 역사를 증언하는 듯 서빙하시는 분들도 요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는 달리 연배가 있다.

 

▲ 50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 이여진 기자


라칸티나의 음식들은 잔기교가 없다. 대신 연륜이 이룬 뚝심이 느껴진다. 최근 감성이다 뭐다 해서 본연의 맛보다 예술에 가까운 플레이팅에 더욱 신경을 쓰는 곳도 종종 있지만 이곳은 기본에 충실해 깔끔하다.

 

이곳은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단골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식 메뉴판에는 없는 ‘삼성세트’라는 시크릿 메뉴가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자주 먹었던 마늘빵, 스프,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티가 코스로 나온다. 가격은 1인당 45,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스테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스프 중에는 많은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어니언 스프가 유명하다. 맑은 스프에 빵이 담겨있고 위에 치즈가 올라갔다. 스프에 사용되는 육수인 부용(Bouillon)은 맑은 색과는 다르게 감칠맛과 농밀함이 살아있고 양파의 달착지근한 맛도 잘 살렸다. 함께 나오는 마늘빵 역시 투박한 모양의 빵에 마늘 소스를 발라 구워내 훌륭한 에피타이저가 된다.

 

▲ 라칸티나의 어니언 스프     © 칼럼니스트 조현석


주문한 파스타는 스파게티 올드 패션드. 말 그대로 옛날 스타일의 파스타다. 닭고기와 햄, 피망과 양파, 모짜렐라 치즈 등 재료가 풍성해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돋는다. 맛 역시 원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재료가 푸짐함에도 산뜻하다.

 

▲ 라칸티나의 스파게티 올드 패션드     © 칼럼니스트 조현석


흔히 노포라고 하면 한식집이나 중식집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50년 전통의 이탈리안 노포 라칸티나에서 기본에 충실한 양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 YB - 을지로 타마고

 

예전 을지로 지하상가의 식당들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정식이나 백반, 혹은 국밥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감성은 을지로 지하상가에도 찾아왔고 카페, 유럽 가정식이나 중식, 그리고 일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들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겼다.

 

그 중 을지로 타마고는 을지로 입구에서 을지로 3가로 가는 지하상가 중간에 위치한 덮밥집이다. 유안타증권 건물 출구 바로 맞은편에 있다. 작은 가게 안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텐동. 9,000원으로 텐동치고 저렴한 가격이지만 여타 일식집에서 파는 다른 텐동과 다른 맛과 양을 자랑한다.

 

▲ 튀김꽃을 입은 튀김이 가득한 타마고의 텐동     © 이여진 기자


타마고의 텐동은 새우와 표고버섯, 단호박, 오징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튀김이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여 나온다. 일식 튀김을 튀길 때는 바삭함을 위해 손으로 튀김 반죽을 흩뿌린다. 고난이도의 조리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튀김에 튀김꽃이라고 부르는 튀김옷이 울퉁불퉁하게 붙어 바삭한 식감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다. 타마고의 튀김들은 튀김꽃이 골고루 붙어 겉은 바삭하고 속 재료 본연의 촉촉한 맛은 살린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준다.

 

텐동과 함께 나오는 돈지루(돼지국) 또한 텐동의 맛을 더해준다. 언뜻 보면 일식집에서 흔히 보는 된장국 같지만 일본식 국으로 돼지고기와 다양한 채소들을 오랫동안 끓여서 만든다. 돼지육수를 쓰기 때문에 조리를 잘못하면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이곳의 돈지루는 돼지의 진한 맛은 살리고 잡내는 잘 잡았다. 국만으로 밥 세 공기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을 정도다. 안에 들어간 큼직한 채소 역시 뭉근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 함께 나오는 돈지루 역시 훌륭하다.     © 칼럼니스트 조현석


을지로 타마고는 뛰어난 맛으로 최근 을지로 직장인들의 인기 점심 메뉴다. 텐동 외에도 사케모리즈시(연어 덮밥)나 마구로모리즈시(참치 덮밥)도 많이 찾는다. 을지로에서 제대로 된 텐동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시라.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늦은 저녁시간에 가면 품절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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