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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채식주의자⑥] "채식의 이유"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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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기사입력 2018-09-04

저자는 영혜는 완전한 결백을 실현하기 위해서 채식을 하게 됩니다.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 세계의 폭력성을 자신의 내부로부터 토해내기 위해서 완전한 채식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꿈에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 끝까지 잘리지 않아 덜렁거리는 머리채를 잡고 마저 칼질을 할 때, 미끌미끌한 안구를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 그러다 깨어날 때. 뒤뚱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죽이고 싶어질 때, 오래 지켜보았던 이웃집 고양이를 목 조르고 싶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맺힐 때,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때, 다른 사람이 내 안에서 솟구쳐올라와 나를 먹어버린 때, 그 때.”

 

인간이기에 내적으로 깊게 존재하는 잔인성이 꿈으로 분출된 것이다. 이 꿈의 무의식을 깨달았을 때 영혜는 인간인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보다 약한 존재를 살생하고 잡아먹고 있다는 것을 영혜의 무의식은 강하게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책에는 이렇게 영혜의 목소리가 꿈으로 나타납니다.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화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영혜를 대상화 하려는 작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영혜를 대상화한 이유는, ‘식물은 동물에게 절대적인 타자이며 대상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문판 <The Vegetarian>

 

앞부분에 영혜의 꿈을 적었는데, 뺀 것이 있습니다. 헛간 부분은 읽어드렸고요, 그 헛간에서 나와 가족들 소풍 장면이 있고, 고기를 굽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쟁쟁했다는 말이 나와요. 그 후 영혜는 하지만 난 무서웠어라고 말해요. 그 말 뒤에 내 옷과 손과 입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해요. 이이서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 내 얼굴, 눈빛,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은 수없이 봤던 얼굴이 생생하다고 했어요. 이 부분이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게 한 원인이라고 봐요.

 

 

저도 어렸을 때 겪어본 경험이 있어 아는데 공포감, 혐오감은 내 안에 숨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에 달해요. 영혜는 흰둥이를 비롯한 그간 자신이 먹었던 육류 음식이 자신의 세포, 피를 구성하고 있기에 더 힘겨운 것이에요. 나를 구성하고 있는 피와 살이 흰둥이를 잔인하게 죽인 폭력의 산물이잖아요?

 

 

병실로 옮겨진 영혜도 고기의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라고 합니다.

 

워낙 소리 한번 안 내고 자란 딸인 영혜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합니다. 거부는 의지입니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단지 꿈 때문이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꿈으로 드러난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영혜 의식 깊은 곳에 있던 트라우마가 꿈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흰둥이 고깃국을 먹었던 일은 결코 영혜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죽어가던 흰둥이 일은 날고기의 얼굴과 눈빛으로 꿈꾸어지고, 결국 영혜는 육류를 다 버리는 채식주의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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